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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경제부 기자도 깜빡 속은 ‘쿠팡 체험단’ 보이스피싱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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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4.11.12 17:37
  • 기자명 By. 한은혜

“한은혜씨 맞으신가요? 쿠팡 체험단 모집 중입니다. 무상으로 제품 받고 간단하게 리뷰만 작성하면 됩니다.”

평소 쿠팡을 자주 이용했고 무상으로 제품을 제공받는단 말에 솔깃해 덜컥 카카오톡 아이디를 넘겨줬다.

보이스피싱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은 우습게도 10여분의 전화 통화와 40여분의 카카오톡 대화에 쓸데없는 시간을 낭비한 뒤였다.

주소나 주민등록번호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묻지 않자 경계심이 느슨해졌고, 평소 쿠팡 체험단의 리뷰를 참고해 상품을 구입해왔던 터라 의심을 갖지 않았다.

‘조건 없이 리뷰만 작성하면 되는 건데?’ ‘쿠팡에서 물건을 많이 사서 당첨됐나?’ 반신반의하며 체험단 참여 링크를 기다렸다.

하지만 카카오톡으로 받은 링크에 접속해보니 처음 보는 쇼핑몰 주소로 연결됐다.

본인을 종합 쇼핑몰 이벤트 담당자라고 소개한 A씨는 “쇼핑몰에 가입한 후 지급된 포인트로 상품을 주문한 뒤 리뷰만 남기면 된다”고 설명했다. 곧 쿠팡 측에 신규 입점될 예정이기 때문에, 본인들 홈페이지에 직접 리뷰를 남겨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와 관련, 쿠팡 고객센터에 신규 입점업체 체험 리뷰 절차를 문의했다.

쿠팡 고객센터 관계자는 “쿠팡은 고객센터 번호 이외에 개인 연락처, 텔레그램 등을 통해 절대로 연락을 취하지 않는다. 최근 체험단 관련 문의가 많이 오는데 신종 피싱이 의심되기 때문에 절대로 개인 정보를 넘기지 말라”면서 “한 소비자는 사이트에 가입해 제품을 받아본 후 결국에는 본인 돈으로 제품을 구입해야 한다며 금전을 요구한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쿠팡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범들이 사용하는 수법은 리뷰 체험을 미끼로 카카오톡에서 친구추천을 하라고 유도한 뒤 특정 쇼핑몰에 가입하거나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라고 하는 방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원가입 시 등록된 개인정보를 이용, 금융 사기에 이용하거나 체험 물품비 명목으로 선입금을 유도하며 금전을 가로채는 수법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

상담사의 전화를 끊자 정신이 아찔했다.

평소 기사로 수없이 접하며 “보이스피싱 같은 뻔한 수법은 단번에 알아볼 수 있다”고 방심했던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단 생각이 들었다.

최근 쿠팡 등 이커머스 리뷰체험단을 사칭한 신종 보이스피싱 사기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흔히 알고 있는 검사, 경찰 등을 사칭해 개인 정보나 금전을 요구했던 수법과 달라진 양상이다.

갈수록 지능적이고 다양해지는 보이스피싱을 막기 위해서는 새로운 접근 방법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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