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우리 동네 공약’이란 이름으로 기초자차단체별 공약을 발표하자 국민의힘도 국회의원 선거구를 기준으로 세부 공약을 내놓으며 맞불을 놓고 있는데, 우려먹기식으로 선거철마다 내놓는 재탕·삼탕 공약, 구색 맞추기식 공약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또 토목사업 위주의 개발 공약이 상당수인데, 재원을 어디에서 어떻게 조달할지, 언제까지 해낼지는 빠진 채 선심성으로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하며 일단 표만 얻고 보자는 심산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제2중앙경찰학교 유치’를 경쟁 지자체인 충남 아산과 전북 남원 지역 공약으로 각각 발표해 빈축을 샀다.
국민의힘은 ‘소상공인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처럼 구체성이 결여된 슬로건을 일부 지역 공약에 담아 급조된 티를 냈다.
대전 서구의 40대 자영업자 김 모 씨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내년 이맘때 치러질 지방선거까지 의식한 듯 경쟁적으로 지역 공약을 발표하고 있지만 별반 새로운 게 없고 선거 때만 되면 되풀이되는 것들이 대부분”이라며 “곰탕도 아니고 공약을 계속 우려먹기만 한다”고 꼬집었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60대 전직 교사 박 모 씨는 “솔직히 공약엔 큰 관심이 없다. 이미 내 편, 네 편으로 지지층이 갈려 있지 않나”라며 “이재명 대세론이 그대로 굳어질지, 보수층이 결집해 김문수 후보 지지율이 오를지, 과연 이준석 후보와 단일화를 이룰 수 있을지 등 선거공학적인 요소에 더 관심이 쏠린다”고 말했다.
공약보다 이념·진영 대결 구도가 부각되면서 상대 진영에 대한 배타적 감정과 혐오감이 고조되며, 민주주의 꽃인 ‘투표’가 마치 상종할 수 없는 세력을 척결하기 위한 ‘이념 전쟁’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지역 정치인들도 온·오프라인 공간에서 상대 정당과 후보에 대해 저주의 막말과 표독스러운 독설을 쏟아내며 유권자들을 자극하고 있다.
이는 선거벽보 훼손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청소년들이 단순히 장난을 치려 훼손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신이 혐오하는 후보의 벽보를 찢거나 사진 속 두 눈에 구멍을 내는 등의 화풀이성 훼손 사례가 전국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22일 대전선관위에 따르면 전날까지 총 14건의 선거벽보 훼손 사례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는데, 공직선거법상 정당한 사유 없이 선거벽보·현수막 등을 훼손한 자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대전선관위 관계자는 “후보자의 선거운동용 시설물을 훼손하거나 철거하는 행위는 공정한 선거를 방해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