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흔들리는 코인 대신 '안정된 돈'?…스테이블코인, 한국에서 통할까

가상자산의 변동성이 여전히 크다는 점에서, ‘가격이 고정된 코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은 말 그대로 가치가 안정된 가상화폐다. 한국에서는 아직 낯선 개념이지만, 최근 금융 당국과 기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테이블코인은 일반적으로 미국 달러, 유로, 엔화 같은 법정화폐에 가치를 고정해 발행된다. 예를 들어, 1개의 스테이블코인은 언제나 1달러의 가치를 갖도록 설계된다. 이 때문에 기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가격이 급등하거나 폭락하는 불안정성을 줄일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실제 돈과 비슷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어 결제 수단으로 주목받는다. 금융시장에서 송금이나 수수료 절감에 활용되는 것은 물론, 해외 노동자들의 송금 수단으로도 이미 일부 국가에서 자리잡았다. 특히 블록체인 기반의 속도와 낮은 수수료는 기존 은행 시스템이 놓치던 빈틈을 메우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안정된 가치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담보 자산이 필요하다. 실제로 2022년 미국에서 알고리즘 방식의 스테이블코인 '루나·테라' 사태가 터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규제 강화 논의가 이어졌다. 단순히 “1코인은 1달러”라고 말한다고 해서 모두가 신뢰하는 것은 아니다. 코인의 가치만큼 실제 자산이 뒷받침되고 있는지가 핵심이다.
일반 시민들에게도 여전히 개념 자체가 낯설게 다가오기도 한다. 대전 서구에서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김모(35) 씨는 “뉴스에서 스테이블코인이라는 말을 가끔 보긴 했지만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다”며 “토스나 카카오페이 같은 건가요? 그냥 쓸 수 있는 돈처럼 들리긴 하는데, 코인이라고 하니까 어렵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도 이에 대응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3년부터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을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디지털 자산에 대한 제도 마련에 나섰다.
한편 국내에서는 아직 본격적인 스테이블코인 상용화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자지급수단, 간편결제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상황에서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플랫폼과 연동될 경우 새로운 전환점이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특히 지역화폐나 온누리상품권 등을 블록체인 기반 스테이블코인 형태로 전환하려는 시도도 검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이 한국 사회에 ‘디지털 결제의 신뢰성’과 ‘금융 포용성 확대’라는 두 가지 장점을 동시에 줄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실물 자산과의 연동 신뢰 확보, 발행 주체의 투명성, 규제 안전망 구축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스테이블코인은 가상화폐와 실물경제의 중간 지점에 놓인 실험적 모델이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기술과 제도가 함께 맞물린다면 한국형 스테이블코인의 실현 가능성도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해인 기자 khi@dailycc.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