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화 기자
천안의 선거판이 또다시 들썩인다.
지방선거가 다가오자 어김없이 등장한 얼굴들이 있다.
시장선거에 나섰다가 총선이 다가오면 국회의원으로 옮겨 타는 이들,
결국 자리를 옮길 뿐 정치의 본질은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천안시장 자리가 비자, 여야를 막론하고 “이번엔 내가 적임자”라며 줄지어 나선다.
심지어 기자에게 “기사에 내 이름도 후보 반열에 올려달라”는 사람도 있다.
공약보다 인지도, 정책보다 노출 빈도가 중요한 시대다.
정치는 도(道)를 잃었고, 선거는 병법 없는 전장이 되었다.
손자병법은 말했다.“지피지기면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그러나 천안의 정치인들은 자신도 모르고, 시민도 모른다.
민심을 읽기보다 여론조사 수치를 전장 지도처럼 착각한다.
더 큰 문제는 오래된 인맥과 폐쇄된 구도다.
새로운 인물은 들어서지 못하고, 익숙한 이름들만 자리를 바꾼다.
중앙에서 내려온 신인 정치인은 1년이 지나도 지역 정치인들과 인사조차 나누지 못한다.
겉으론 변화를 말하지만, 속으론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그 자리를 지킨다.
시장은 행정가다. 시민의 삶과 도시의 살림을 책임지는 자리다.
국회의원은 입법자다. 국가의 제도와 법을 만드는 자리다.
그러나 천안의 정치인들 중 상당수는 이 두 자리를 승진의 단계쯤으로 여긴다.
시장에 떨어지면 국회의원, 국회 입성이 좌절되면 다시 시장으로 돌아오는,
끝없는 순환의 정치가 반복된다.
그 결과 천안의 선거는 멈춰버린 전장처럼 같은 함성만 울려 퍼진다.
낡은 이름만 되풀이되고, 새로운 전략은 없다.
시민들은 “정치판은 돌려막기”라며 냉소한다.
변화를 외치는 목소리는 넘치지만, 진짜 변화를 만든 사람은 찾기 어렵다.
천안에는 지금, 출마보다 퇴장이 필요한 장수들이 여럿 있다.
그들이 물러나야 새로운 전략이 시작된다.
스스로 물러날 줄 아는 정치인의 품격이다.
그리고 우리는 안다.
2028년 4월 국회의원 총선에 다가오면
이들 중 몇 명이 또다시 이름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 누가 감히 장담할 수 있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