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리더십을 말할 때 우리는 상사의 권한과 능력에만 초점을 맞추곤 한다. 그러나 실제 조직 현장에서 리더십은 상사의 일방적 지시가 아니라 상사와 부하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비로소 발휘된다.
이 점에서 로버트 켈리가 제시한 팔로워십 유형은 리더십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켈리는 부하의 참여 양식을 비판적 사고 여부와 적극적 행동 수준으로 구분해 다섯 가지 팔로워 유형을 제시했다. 이 다섯 유형은 리더십이 단순히 상사의 역량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부하의 태도와 역할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첫째, 소외형 팔로워는 비판적 사고는 있지만 행동이 소극적이다.
이들은 냉소적으로 비칠 수 있으나 동시에 조직 문제를 날카롭게 짚어내는 자원이 될 수 있다. 상사는 이들의 불만을 묵살하지 말고 건설적 참여로 유도해야 한다. 부하 역시 단순한 비판에 머무르지 않고 대안을 제시할 때 리더십 상호작용은 건강하게 이뤄진다.
둘째, 순응형 팔로워는 적극적으로 행동하지만 독립적 사고가 부족하다.
흔히 ‘예스맨’으로 불리며 상사의 지시에는 충실하나 창의적 기여는 제한적이다. 상사는 맹목적 순응을 그대로 두지 말고 자율적 판단을 장려해야 하며 부하는 자기 목소리를 낼 때 조직은 더 큰 활력을 얻는다.
셋째, 수동형 팔로워는 사고와 행동 모두 소극적이다.
지시 없이는 움직이지 않으며 책임 의식이 약하다. 이 경우 상사는 명확한 기대치를 제시하고 동기를 부여해야 하며 부하는 최소한의 자기 주도성을 회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리더십은 일방향 통제에 그치고 만다.
넷째, 실용형 팔로워는 상황에 따라 태도를 달리한다.
자기보존을 중시하며 때로는 적극적, 때로는 소극적이다. 이들의 현실 감각은 위기 상황에서 유용할 수 있으나 기회주의로 흐르기 쉽다. 상사는 이를 조직 발전에 활용할 균형점을 찾아야 하고, 부하는 공동체적 가치를 우선시할 때 건전한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이상형 팔로워는 비판적 사고와 적극적 행동을 동시에 갖춘 모범형이다.
이들은 독립적이면서도 협력적이며 조직의 비전을 함께 실천하는 핵심 동반자다. 상사가 이들을 동료로 존중하고 함께 성장할 때, 리더십은 가장 높은 수준으로 발휘된다.
켈리의 팔로워십은 우리에게 분명한 교훈을 준다. 리더십은 상사의 독단이 아니라 팔로워와의 관계적 역동 속에서 완성된다. 상사는 팔로워의 유형을 이해하고 적절히 지도해야 하며 팔로워는 스스로 책임과 역할을 다할 때 조직은 진정한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결국 좋은 팔로워가 있을 때 좋은 리더십이 가능하다는 말은 진리다. 리더십은 혼자의 힘이 아니라 함께 만드는 상호작용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최근 모 중소기업 대표를 코칭하면서 부하와의 업무 소통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업체는 보안시스템을 서비스하는 상시근로자 20명 내외의 중소기업으로 매주 한번씩 주간 회의를 하고 있다고 했다.
회의 때마다 중간 간부인 부하는 대표의 의견에 비판적 사고를 갖고 부정적 의견을 개진해 회의 할 때 마다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코칭을 하면서 구체적으로 부하의 의견과 내용이 무엇인지를 들어보니 대부분 팩트를 가지고 이야기 한다는 것이었다. 부하의 이야기는 맞지만 항상 회의 분위기는 썰렁하다고 했다.
대표한테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가를 물으니 조만간 부하를 내보내고 싶다고 했다. 또 다른 방법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를 물으니 본인도 자료를 준비해서 회의를 진행하든지 그 부하의 말을 긍정적으로 받아 주든지 등을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그 부하가 회사와 대표에게 도움이 되는 면이 있다면 어떤점이 있는지를 물어봤다. 대표는 기분은 좀 안 좋지만 부하를 통해 회사의 객관적인 상황과 경각심을 갖게 된다고 했다.
우리는 조직에서 예스멘을 좋아한다. 그러나 때로는 비판적이고 사실에 입각해서 말하는 부하가 정말 리더한테는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하게 하는 촉매제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