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이 지난 대선을 둘러싼 ‘불복’논란으로 정치권이 싸움질 하며 허송하는 사이 민생 실종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함께 경제 상황이 연일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다고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다.
여야는 16일 특위 구성 결의한지 보름여가 지나도록 대선 및 정치개입 국정원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를 특위 구성과 실시계획서마저 통과시키지 못한 채 반쪽짜리 특위 회의로 허송하고 말았다.
여당인 새누리당이 국정원 사건과 관련해 고발조치한 김현 진선미 두 민주당 특위위원에 대한 제척사류를 들어 사퇴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며 일체의 특위 회의 불참을 선언하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애초에 국정원 국조에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서로 비난전과 막말사태까지 가미되면서 비생산적 정쟁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태가 이쯤 되자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국정원 국조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두 위원의 제척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지만 일부 강경파에서는 “두 의원을 지켜내겠다”며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는 등 혼란스런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정쟁과 개성공단, 북방한계선(NLL) 논란 등에 온 나라가 매몰된 가운데 경제상황은 더욱 악화돼 가는 양상이란 게 관련 기관 등의 지적이다. 경제상황이 빨간불을 밝히면서 하반기 경제운영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한국산업연구원, 새로운사회를 여는 연구원 등 관련 기관등에 따르면 가중되는 가계부채와 세수감소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8분기 연속 경제성장률이 0%대로 이어지고 있고, 국가 총 부채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시한폭탄이 된 가계부채 문제로 소비가 얼어붙고 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 상반기에만 10조원의 세수 부족이 예상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가계부채 정책청문회에서 기획재정부는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직전과 비교하여 가계대출 연체율, 채무상환 부담 등이 양호한 수준”이라 평가한 바 있으나 실상은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 속에 우리나라의 채무상환 부담률이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비교 가능한 OECD 국가들에 비해 우리나라의 가계원리금부담상환부담률(DSR)은 두 배 이상 높은 상태다. 우리나라의 가계가 다른 나라의 가계보다 평균적으로 빚에 대한 부담과 압박이 두 배 만큼 심하다는 의미다.
심지어 독일과 포르투갈과 같은 나라에 비해서는 평균적으로 6배 이상으로 부채 압박을 받고 있는 상태다. 무엇보다 선진국이 20~30년 만기 장기주택담보대출이 일반적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일시상환(33.7%)과 이자만 내는 대출비중(73.2%)이 압도적으로 높아 향후 부채상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특히 저소득 가구 및 자영업자의 부채 부담은 다른 어떤 계층보다 심각한 상태다. 소득1분위 가구의 채무상환부담은 22.1%로 5분위 가구보다 두 배 이상 높고, 자영업자 가구의 동 비율은 26.6%로 근로자 가구의 14.7%보다 거의 두 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또한 부채를 보유한 가구의 74.2%가 원리금 상환에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이 중 26.8%는 매우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소득 계층별로는 2분위의 비중이 25.2%로 가장 높고, 자영업자의 27.8%가 생계에 매우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태다.
또한 원리금 상환부담이 가처분소득의 40%가 넘는 부채상환 취약가구의 비중이 11.8%로, 10가구 중 1가구 이상이 빚에 찌들려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새 정부 출범의 기대효과를 누리기는 커녕, 지난 ‘대선 불복’ 논란 속에 정치권의 공방에 경제계가 서서히 멍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떨치기 어렵다.
서울/강재규기자 kangjg34@dailycc.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