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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로하선] 동성(同性)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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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5.26 18:45
  • 기자명 By. 안순택 기자

‘화랑세기’에 보면 용양신(龍陽臣)이라는 신라 법흥왕의 남색 파트너가 나오고, 화랑 사다함의 아버지 구리지의 동성애 파트너로 얼굴이 아름답고 교태를 잘 부리는 설성(薛成)이 나온다. 영화 ‘쌍화점’에도 그려졌지만 고려의 공민왕도 동성애자였다. 노국공주 사후 자제위라는 근위대를 설립했는데 말이 근위대지 얼굴 예쁜 소년들을 뽑아 밤시중을 들게 했다. 세종대왕은 봉 씨를 세자빈으로 삼았지만 부부 사이가 영 좋지 못했다. 봉 씨가 소쌍이라는 시녀와 동성애 관계였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조선왕조실록’에 적혀 있다.

▷동성애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긴 역사를 갖고 있다. 고대 로마에서도 기독교가 공인된 뒤인 342년에야 동성결혼이 금지되고 있다.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 알렉산더 대왕,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 셰익스피어와 앙드레 지드, 미셀 푸코, 차이콥스키가 동성애자였다. 배우 조디 포스터, CNN의 앵커 앤더슨 쿠퍼, MC 엘런 드제너러스, 디자이너 마이클 코어스, 피겨 스타 조니 위어에 이어 팀 쿡 애플 CEO도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기고문을 통해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역과 민족에 따라 다르지만 남성의 3~16%, 여성의 1~3%가 동성애 기질을 지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랫동안 경멸과 금기의 대상이었다. 16세기 영국은 ‘동성애-사형’인 법률을 제정했는데 살인보다 동성애로 처형된 사람이 더 많았을 정도였다 한다. 그런데 오늘날 ‘동성연애자의 도시’가 영국의 항구도시 브라이튼인 걸 보면 세상 변해도 참 많이도 변했다 싶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선 매년 6월 동성애자들이 모여 무지개색 깃발을 들고 행진하는 ‘게이 페스티벌’이 열린다.

▷무지개색이 동성애를 상징하는 건 소수의 성적 취향을 비롯한 다양성을 인정하라는 의미다. 아일랜드가 국민투표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최초의 국가가 됐다. 동성애를 1993년까지 범죄로 여겼고, 1995년에서야 이혼을 법적으로 허용한 ‘뒤 늦은’ 나라에서 투표를 통해 동성결혼을 합법화했으니 말 그대로 '사회적 혁명'(레오 바라드카르 보건장관)이 아닐 수 없다. 소수자 인권에 대한 인식 확장이 대단하다 싶고, 어쩌면 갈등을 빚었을지도 모를 일을 국민투표를 거쳐 깔끔하게 처리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부럽다.

안순택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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