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신문=대전] 남수현 기자 = 추석 연휴를 적신 가을비가 장태산 숲길에도 고요히 내려앉았다. 젖은 나뭇잎 사이로 이따금 들려오는 웃음소리와 우산 스치는 소리가 섞이며 숲 속 명절 풍경을 만들었다.
캠핑카와 텐트가 곳곳에 늘어서고,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숲속 나들이를 즐기는 모습은 장태산 휴양림을 이색적인 명절 풍경으로 물들였다.

휴양림 입구와 산책로에는 우산을 든 방문객들이 담소를 나누며 천천히 걸었다. 부모 손을 잡고 걷던 아이들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이 재밌는지 비를 온몸으로 흠뻑 맞으며 뛰어다니다 엄마가 솜사탕을 손에 꼭 쥐어 주고 나서야 겨우 진정된 듯 웃었다.

산책로를 지나 한 구석에 자리한 야영장에선 비를 흠뻑 맞는 텐트와 캠핑카 안으로 따뜻한 차와 다과를 나누며 비 오는 숲 풍경을 바라보는 가족들이 있었다. 아이들은 야영장 인근 당나귀 체험장에서 직접 당나귀를 타보거나 먹이를 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편한 등산복 차림의 시민들은 산책하다 입구 앞에 마련된 매점에서 어묵, 떡볶이 등 간식을 사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외국인 방문객도 눈에 띄었다. 한 외국인 커플은 분식을 맛보며 “숲이 정말 아름답다”며 비가 내려앉은 휴양림의 운치를 감상하며 연신 사진을 찍었다.
세대를 이어 찾은 방문객들도 많았다. 손자들과 함께 온 노부부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반려견과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명절 연휴를 맞아 가족을 떠올리며 이곳을 찾은 시민도 있었다. 휴양림을 찾은 한 시민은 “살아생전 엄마를 모시고 오겠다고 했는데, 이제야 딸들과 함께 방문하게 됐다”며 “딸들과 오니 오히려 엄마 생각이 더 많이 난다”고 말했다. 빗속 산책로를 따라 나란히 걷는 세 모녀의 뒷모습에서는 명절의 그리움과 가족의 온기가 묻어났다.
연휴 내내 이어진 비와 흐린 날씨에도 장태산 숲길에는 명절을 즐기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빗소리와 숲의 향기 속에서,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은 잠시 도심의 분주함을 잊고 자연 속에서 추석의 여유를 만끽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