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신문=대전] 김미영 기자 = 비 오는 날의 빵집이 설렘이라면, 흐린 날의 빵집은 위로다. 며칠째 구름이 낮게 깔려 있던 지난 16일, 빵순이는 흐린 날의 고요함 속에서 작은 위로를 찾기 위해 유성구 봉명동의 빵집 ‘하루팡’을 찾았다.
유성구의 번화한 거리 한가운데, 하루팡은 작은 간판을 달고 조용히 자리하고 있었다. 단정한 입구는 화려한 상점들 사이에서 오히려 더 눈에 띄었다. 그 차분한 모습 덕분일까. 가게 문을 열기 전부터 마음이 은근히 들떴다.
오전 11시. 매장은 한산했고, 은은한 버터 향과 함께 갓 구운 빵 냄새가 조용히 퍼져왔다. 밝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보기 좋게 진열된 빵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유명세보다는 동네 주민들 사이에서 조용히 입소문을 타며, 실력을 차곡차곡 쌓아온 빵집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 하루팡의 대표 빵들, 기억에 남는 맛들
가장 먼저 맛본 빵은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특별한 맛을 자랑하는 ‘소금빵’이었다. 매장에서 먹을 때만 느낄 수 있는 온기가 빵에 그대로 배어 있었고, 입을 대는 순간 진한 버터 향이 기대 이상으로 다가왔다.
담백하면서도 깊이 있는 풍미가 입안을 부드럽게 감싸며, 작지만 인상 깊은 여운을 남겼다.
다음은 시그니처 ‘말차메론빵’. 겉면은 소보로 특유의 바삭함과 설탕의 고운 입자가 어우러져, 입에 닿는 순간 가볍고 산뜻하게 부서졌다. 속에는 한결같이 부드럽고 짙은 말차 크림이 꽉 채워져 있었다. 짙은 녹차 향이 스며들 듯 퍼지며 첫맛을 채우고, 끝에는 은은한 메론 향이 감돌았다. 묵직한 단맛과 산뜻한 향이 조화를 이루며, 한 조각 안에 다채로운 풍미가 정갈하게 담겨 있었다.

포만감까지 챙기고 싶다면 ‘새우카츠버거’가 제격이다. 첫 입은 익숙한 사라다빵을 떠올리게 했지만 두툼한 새우 패티와 아삭한 양배추가 정갈하게 어우러져, 단순한 구성임에도 완성도 높은 맛을 전했다. 익숙한 맛 안에서도 하루팡의 정성이 또렷하게 느껴졌다.
빵순이 기자의 최애 Pick은 단연 ‘야끼소바빵’. 빵 사이에 볶음면을 넣은 구성도 눈길을 끌지만, 무엇보다 맛의 중심을 잡아준 건 위에 올려진 붉은 생강이었다.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조합에 알싸한 풍미가 톡 치고 들어오며, 전체의 균형을 단단히 잡아줬다. 면과 소스를 흘리지 않고 먹기란 쉽지 않았지만, 그 번거로움마저도 손으로 먹는 재미로 남았다. 한입 한입 조심스레 나눠 먹는 사이, 어느새 웃음이 새어 나오는 빵이었다.평소 생강을 즐기지 않는 사람도, 하루팡의 이 메뉴만큼은 반전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하루팡, 이런 점이 좋았어요
하루팡에는 흔히 보기 힘든 이색적인 메뉴들이 많다.신메뉴가 자주 등장하는 걸 보며, 새로운 맛을 꾸준히 시도하려는 주인장의 열정이 느껴졌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매장 한켠에 놓인 ‘사장님 추천 메뉴’ 안내 피켓이었다. 지난달 베스트 메뉴가 정리된 작은 표지판을 보고 있자니, 하나의 빵을 얼마나 신중히 만들고 소개하는지, 빵에 대한 자부심이 진하게 전해졌다. 그 작은 표지 하나에도 손님과 빵 사이를 더 가깝게 잇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포장도 하루팡만의 감성이 묻어 있었다. 개별 포장은 단출하지만, 귀엽고 단정한 선물용 박스 덕분에 누군가에게 빵을 건네는 순간조차 하나의 따뜻한 마음이 되었다. 작은 디테일까지 신경 쓴 구성은, 하루팡이 단순한 빵집이 아니라는 걸 조용히 말해주고 있었다.


◎ 빵순이 기자의 한마디
잔뜩 흐린 날씨엔, 마음도 함께 흐려지곤 한다. 그럴 땐, 작고 따뜻한 빵 하나가 가장 가까운 위로가 된다.
화려함보다 담백함, 특별함보다 진심을 먼저 느끼게 해 준 하루팡은 흐린 날씨마저 잊게 만들어준 따뜻한 공간이었다. 이번 주말, 봉명동의 조용한 골목에서 한 조각의 여유를 만나보는 건 어떨까.
다음 주에도 ‘빵순이 기자의 최애 Pick’은 계속된다.
ㆍ하루팡 가이드ㆍ
영업시간 : 오전 11시 ~ 오후 6시
대표 메뉴 : 메론빵, 말차메론빵, 새우카츠버거, 야끼소바빵
주차 정보 : 전용 주차 공간 없음, 주변 노상주차장 또는 도보 이동 추천
추천 시간 : 오전 10시 오픈 직후 또는 오후 3시 전후 (빵이 가장 다양할 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