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오후 1시, 유난히 맑고 쨍했던 금요일. 문정네거리 일대를 걷다 보면 시선을 단단히 붙잡는 한 빵집이 있다. 바로 대전 서구 둔산동에 위치한 ‘하레하레’다.
처음 보는 곳인데도 어쩐지 낯설지 않았다. 거리 곳곳에서 같은 빵 봉투를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 때문이었을까. 누군가는 종이봉투를 꼭 끌어안고 있었고, 누군가는 갓 산 빵을 손에 든 채 가볍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나도 그 무리 안에 섞인 듯한 기분이 들어, 괜히 피식 웃음이 났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느껴진 건 생각보다 훨씬 넓은 규모였다.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작은 동네 빵집을 상상했다면,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그 이미지가 깨진다. 빵들이 진열된 공간은 여유롭고 동선도 정갈했으며, 전면 유리창으로 햇살이 쏟아지는 실내는 마치 갓 오픈한 백화점 식품관을 떠올리게 했다.
그 분위기의 중심엔 스마트 스니즈가드가 있었다. 모든 빵 위에는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는 투명한 유리문이였고, 손님이 다가서면 부드럽게 열리는 구조였다. 여러 사람이 함께 진열대를 둘러봐도 어수선한 느낌 없이 정돈된 인상을 유지했다. 하레하레의 첫인상은 단순한 빵집 그 이상이었다.

◎ 하레하레의 대표 빵들, 한입의 감동
먼저 맛본 빵은 ‘마시멜로 속 갸또’.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없는 독특한 생김새부터 시선을 끌었다. 한입 베어 물자, 마시멜로우가 포근히 입안을 감싸 마치 구름을 먹는 듯한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그 뒤를 따라 조용히 등장한 촉촉한 브라우니가 단단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표면을 덮은 코코넛 가루가 바삭하게 씹히며 예상치 못한 식감의 재미를 더했다. 차갑게 먹으면 단맛과 질감이 더욱 또렷하게 살아나, 냉장 보관 후 즐기면 그 매력이 배가된다.
다음은 ‘바질소금빵’. 이름에서 느껴지는 소박한 이미지와 달리 풍미는 꽤 깊고 풍성했다. 짭짤한 치즈와 은은한 바질 향이 조화롭게 어우러졌고, 겉면을 덮은 바삭한 코팅은 식감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줬다. 속은 부드럽지만 탄탄하게 채워져 있어, 일반적인 소금빵보다 쫄깃하고 밀도 높은 식감이 인상적이었다. 소금빵의 틀 안에서 살짝 치아바타를 닮은 듯한 새로운 해석이 돋보였다.

균형미의 끝판왕, ‘쪽파프리글’. 향이 강할 수 있는 쪽파가 진한 크림치즈와 만나 부드럽게 녹아들며, 쫄깃한 베이글 사이사이 고소한 풍미를 깊게 스며들게 했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존재감은 확실했고, 크림도 아낌없이 듬뿍 들어 있어 마지막 한입까지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었다.
빵순이 기자의 최애 Pick은 단연 ‘쌀치즈카스테라’. 하레하레의 시그니처이자 가장 기본에 가까운 이 빵은, 첫 입에 “역시”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쌀로 구워낸 덕에 결은 곱고 식감은 유난히 부드러웠다. 부스러지지 않고 천천히 퍼지는 그 질감이 오래도록 입안에 머물렀다. 치즈 향은 은은하게 번졌고, 단맛은 절제돼 있어 누구에게나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맛이었다. 가장 단순한 빵 안에 담긴 정성과 깊이 덕분에, 그날의 마지막 빵이 가장 오래 기억에 남았다.

◎ 하레하레, 이런 점이 좋았어요!
하레하레의 가장 큰 장점은 공간의 여유다. 1층은 진열대와 계산대가 넉넉히 분리돼 있어 동선이 쾌적했고, 2층에는 테이블 좌석이 마련돼 있어 구매한 빵을 천천히 음미할 수 있었다. 혼자 들러도, 누군가와 함께여도 부담 없이 앉아 쉬어가기 좋은 구조다. 특히 햇살이 잘 드는 창가 자리에서 바라보는 둔산동의 풍경은, 빵을 먹는 시간마저도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또한 하레하레는 빵을 고르는 과정도 세심하게 설계돼 있었다. 진열된 빵마다 짧고 명확한 설명이 붙어 있었고, 그 중 일부에는 ‘BEST’라는 표시가 더해져 처음 방문한 사람도 쉽게 고를 수 있게 돕는다. 작은 안내 글귀 하나가 메뉴 선택의 고민을 덜어주며, 빵을 고르는 그 순간에도 친절한 배려가 느껴졌다.

◎ 빵순이 기자의 한마디
쨍한 햇살 속에서 마주한 하레하레는, 빵을 고르는 순간부터 먹는 마지막 한 입까지 모든 시간이 정갈하게 정돈된 곳이었다. 바쁜 일상 틈에서 잠시 멈춰 설 수 있게 해주는 따뜻한 공간. 가장 단순한 쌀치즈카스테라 한 조각이 전한 깊은 여운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이번 주말, 둔산동 골목에서 당신만의 ‘가장 부드러운 한 조각’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
다음 주에도 ‘빵순이 기자의 최애 Pick’은 계속된다.

ㆍ하레하레 가이드ㆍ
영업시간: 오전 8시 ~ 오후 9시
대표 메뉴: 쌀치즈카스테라, 마시멜로 속 갸또, 딸기밭
주차 정보: 매장 앞 주차 어려움 / 아파트 상가 내 주차장 이용 가능 (매장은 아파트 상가 1층에 위치)
추천 시간: 오전 9시 ~ 오전 11시 / 주말에는 대기 발생 가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