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짧은 장마가 스쳐 지나간 지난 4일, 흐린 하늘 아래 기분마저 가라앉는 날. 문득 색다른 설렘이 필요했다. 그 길 끝에 마주한 곳이 바로 대전 중구 대흥동에 자리 잡은 ‘파이가든’이다. 빵을 사랑하는 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빵한모금’의 두 번째 공간. 자양동 1호점의 따뜻한 분위기와는 결이 다른 매력으로 손님을 맞이한다.
아늑하고 포근했던 1호점과는 달리, 파이가든은 첫 인상부터 완전히 다른 감각으로 다가온다. 짙은 색 벽면과 백화점 쇼윈도처럼 정돈된 빵 진열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유리문 앞에 놓인 메뉴 사진은 발길을 붙잡기에 충분하고, 매장 안으로 한 걸음 들어서는 순간부터는 빵을 고르기보다 감상하고 음미하게 되는 경험이 시작된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빵순이 기자는 잠시 말을 잃었다. 지금까지 소개했던 어느 빵집보다도 압도적으로 넓은 규모에 놀랐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훨씬 넓은 공간은 여백의 미를 살린 구성으로 꾸며져 있다. 테이블 간 간격이 넉넉하게 배치되어 있고, 군더더기 없는 인테리어는 마치 갤러리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준다. 카운터 앞에는 메뉴판 대신 실제 빵들이 정성스럽게 자리잡고 있어 보는 순간 자연스럽게 마음이 기울게 된다. 전시처럼 놓인 진짜 빵은 모형보다 더 아름답고 생생하다. 손님이 직접 보고, 상상하고, 고르는 재미까지 곁들여진다.

◎ 파이가든의 대표 빵, 이렇게 맛봤어요!
‘얼그레이 크로와상’은 은은하게 퍼지는 얼그레이의 향긋한 풍미가 인상적이다. 결이 살아 있는 바삭한 패스츄리와 조화를 이루는 크림은 깔끔하면서도 중독적인 맛을 완성한다. 위에 얹어진 초콜릿 잼을 곁들이면 또 다른 풍미로 즐길 수 있어 입맛에 따라 다채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처음엔 우아하게 나눠 먹다가도, 크림이 아까워 와구와구 먹게 되는 그런 빵이다.
한 끼 든든함을 찾는다면 ‘가든 샌드위치’는 어떨까. 샌드위치 안에는 마치 냉면 고명처럼 두툼한 고기 덩어리가 턱 자리 잡고 있다. 양배추 절임의 산미가 먼저 입안을 정리해주고, 살사 소스가 은은하게 감돌며 맛의 균형을 잡는다. 재료 하나하나의 본연의 맛이 살아 있어 생생하게 다가오고, 묵직하면서도 기품 있는 한 끼를 완성한다.
‘크렘소쿠니’는 페이스트리와 크렘브륄레가 만난 듯한 디저트다. 입에 넣는 순간 구름처럼 부드럽고 크리미한 바닐라 커드 크림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촉촉한 빵 속에 머금은 묽은 크림이 입안에서 부드럽게 퍼지고, 위는 캐러멜라이징된 설탕 코팅이 바삭한 식감을 더해준다. 아래 깔린 커스터드 크림이 마지막까지 단맛의 여운을 남기며 입 안을 기분 좋게 채운다.

빵순이 기자의 최애 Pick은 ‘피스타치오베리’다. 눈에 확 들어오는 초록빛 비주얼과 빠작하게 구워진 옆면이 인상적이다. 겉면에는 고소한 피스타치오가 넉넉히 뿌려져 있어 한 입 베어물 때마다 진한 풍미가 퍼지고, 속에는 달콤한 딸기잼이 가득 들어 있어 상큼한 맛의 반전이 더해진다. 결이 살아 있는 페이스트리가 조화를 이루며, 한 조각 안에서도 바삭함과 부드러움이 교차하는 다채로운 식감의 재미가 있다.

◎ 이런 점이 좋았어요!
파이가든은 빵뿐 아니라 공간의 미학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넓고 여유롭게 배치된 테이블은 대화를 나누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에도 제격이며, 내부에서 직접 빵을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먹는 재미뿐 아니라 보는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
무엇보다 모든 빵을 실제 제품으로 진열해 손님들이 직접 눈으로 보고 고를 수 있게 했다. 빵의 실제 모습과 질감을 미리 확인할 수 있어 구매 만족도가 매우 높다. 매장 한쪽 벽면에 파이가든만의 자부심이 담긴 ‘페이스트리 결’ 포스터가 붙어 있는 점도 인상 깊다.

◎ 빵순이 기자의 한마디
파이가든은 빵을 사러 가는 곳이 아니라, 빵을 즐기러 가는 곳이다. 눈과 입이 동시에 즐거운 이곳에서 색다른 경험을 해보는 건 어떨까. 맛뿐 아니라 분위기까지 중요한 당신에게, 파이가든은 더없이 완벽한 선택이 될 것이다.

◎ 파이가든 가이드
영업시간: 오전 8시 ~ 오후 9시 (라스트오더 오후 8시 30분)
대표 메뉴: 미트파이, 피스타치오베리, 크렘소쿠니, 가든샌드위치
주차 정보: 인근 유료 주차장 이용 권장
추천 방문 시간: 오후 2시 전후 (샌드위치 메뉴는 늦게 준비됨)
